가슴 부근에서 시간의 거품이 톡하고 터졌다.
- 장르 : SF소설
- 평점 : ★★★★★
- 독서 완료일 : 23.01.02
- 몇줄평 : 므레모사로 반전 술사 김초엽 작가님을 알게되었는데, 이번 책은 몽글몽글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평소 인상깊은 책의 페이지를 미리 찍어두어서 약 9개월만에 책을 정리하는데도 그 때의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보면 참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SF 흥하면 좋겠다. 최근 K-컨텐츠가 핫한데 책도 점점 유명해지면 좋겠다.
- 177p 단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양말이 사막 구석에서 모자를 쓰고 발견되었다 ...'] 조안은 웃음을 터뜨리며 단희에게서 유리병을 뺏어갔다. "읽기 말라니까, 그냥 감각을 느끼는 거야." [좋아. 이건 어떤 냄새인데?] "지구를 떠나기 전 살던 집에서 나던 냄새. 거실 소파와 카펫에, 아버지가 어디선가 구해 온 오래된 방향제를 자주 뿌렸거든."
- ...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으나 무엇인지 모를 수는 없었다. 단희는 손을 내밀어 유리병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밀봉된 필름을 벗겨냈다.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손이 떨려서 유리병은 자꾸 손에서 미끄러졌다. ... 병은 그만 바닥에 떨어져 엎질러지고 말았다. 단희는 그 즉시 방을 채우는 어떤 입자들을 느꼈다. 입자들은 일렁였고 공기 중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단희는 희미하게 감지되는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양말이 사막 구석에서 모자를 쓰고 발견되었다 ...']
- 320p 캐빈과 구조물이 스치며 철컹 소리가 났다. 설명하기 힘든 예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움텄다. 기묘한 일렁임을 느꼈다. 캐빈이 기울어져 흔들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일렁임은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동시에 나는 느꼈다. 가슴 부근에서 시간의 거품이 톡하고 터졌다. 신경세포들 사이로 파동이 퍼져나갔다. 시공간의 빈 방울이 자글거리며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 "정말이네." 어떤 허탈감이. 매듭이 풀려나가는 감각이 내 안에서 심장을 끌어 내렸다. 언니가 옳았다. 모든 현상에는 원이 있다. 세계는 거품 방정식의 해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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